농경연, 전쟁·기후 위기 속 ‘거대한 재편’ 예고…설탕세 논란부터 푸드테크 2.0까지

이란-미국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고 이에 따른 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에너지비뿐만 아니라 원재료비까지 동시에 자극해 식품산업 전반에 복합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사진=식품저널DB
이란-미국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고 이에 따른 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에너지비뿐만 아니라 원재료비까지 동시에 자극해 식품산업 전반에 복합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사진=식품저널DB

2026년 식품ㆍ외식산업은 전쟁과 기후 위기라는 유례없는 대외 리스크와 기술 혁신이 교차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이란-미국 전쟁 발발로 환율은 1500원을 돌파했고,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동시에 급등하며 생산과 유통 전반에 복합적인 비용 충격을 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생성형 AI와 로봇이 결합한 ‘푸드테크 2.0’ 시대가 열리며 산업의 지능화를 이끌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설탕 부담금과 GMO 완전표시제 등 소비자 건강 중심의 규제가 촘촘해지며 기업들에 새로운 대응을 요구한다.

고물가 속에서도 간편식과 외식 시장은 가성비와 프리미엄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으며, K-푸드는 역대 최고 수출액을 경신하며 세계화의 성숙기로 진입하는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미성 연구위원, 김상호 연구위원, 최윤영 부연구위원, 이계임 명예선임연구위원, 박성진 연구위원, 김경필 선임연구위원은 웹진을 통해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산업의 미래 대응 방향과 정책 과제를 담은 ‘2026 식품ㆍ외식산업 7대 이슈’를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1. 기후·전쟁 리스크와 물가 상승 압력, 식품산업 비용 구조의 재편

이란-미국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식품업계에 강한 비용 충격이 중첩되고 있다. 2026년 3월 기준 국제 원유 가격(두바이유)은 배럴당 166.8달러까지 치솟으며 유례없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에너지비뿐만 아니라 원재료비까지 동시에 자극해 식품산업 전반에 복합적인 타격을 준다.

원화 약세에 따른 고환율은 수입 곡물 단가 상승으로 직결되어 사료와 가공식품의 원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2026년 1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2.8%를 기록했으며, 커피(11.4%), 고등어(10.3%), 돼지고기(6.3%) 등 체감도가 높은 품목의 상승 폭이 매우 컸다. 정부는 23개 민생물가 특별관리 품목을 집중 점검하고 있으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2. 푸드테크 성장 기반 구축 및 데이터 기반 산업 재구조화
2026년은 ‘푸드테크 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면서 기술 혁신이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과거의 기술이 단편적인 노동 대체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생성형 AI의 초개인화 알고리즘과 고도화된 로보틱스가 결합한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에 진입했다. AI가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식단을 제안하고, 지능형 로봇이 이를 조리에 반영하는 자동화 라인이 구축되고 있다.

대형 유통사들은 생성형 AI 기반 통합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식재료 폐기율을 15% 이상 낮췄으며, 식품 제조 공정에서도 딥러닝 기반 비전 AI를 통해 품질 균일화를 달성하고 있다. 국내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96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2027년까지 1000억 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연구지원센터를 7개소로 확대해 산업화 단계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3. 국민 건강과 알 권리 강화를 위한 가공식품 규제 확산

식품 정책의 무게중심이 산업 진흥에서 건강과 안전 중심으로 이동하며 규제 확산 국면이 뚜렷해지고 있다. 2026년 1월 설탕 부담금 도입 공론화 이후, 당 함량에 따라 리터당 최대 300원까지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논의가 본격화됐다. 소비자 10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1%가 부담금 도입에 찬성했으며, 94.4%는 첨가당의 위험성을 제품에 표시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표시 규제 또한 대폭 강화된다. 가공식품 영양 표시 의무 대상은 기존 182개에서 사실상 전 품목인 259개로 확대되어 단계적 시행에 들어갔다. 특히 2026년 12월 말부터는 제조 과정에서 유전자변형 DNA가 남지 않는 간장이나 식용유까지도 GMO 표시를 의무화하는 ‘원료 기반 표시제’로 전환되어 소비자의 알 권리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4. 간편식 소비의 일상화와 구조적 양극화

간편식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며 2026년 약 7조 50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징적인 점은 소비의 보편화와 함께 나타나는 구조적 양극화다. 고물가 영향으로 도시락과 김밥 등 가성비를 중시하는 즉석섭취식품 판매액이 전년 대비 45%라는 이례적인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프리미엄 간편식과 유명 맛집 레시피를 담은 RMR(레스토랑 간편식) 시장도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

즉석조리식품 중에서는 국·탕류가 외식 물가 상승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가구별 지출액 분석 결과,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지출이 하위 20%(1분위)보다 약 2.7배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으며, 60대 이상의 소비 증가율이 가장 가파르게 나타났다.

5. 온라인 플랫폼 확산과 경쟁 구도의 복합화

온라인 식품 시장은 엔데믹 이후에도 성장을 지속해 일상적인 구매 경로로 정착했다. 2025년 기준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47조 원을 넘어섰고, 전체 온라인 쇼핑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8.3%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 쿠팡, 네이버, 신세계 등 상위 3개 기업의 점유율이 52.8%에 달해 시장 집중도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C-커머스 플랫폼이 신선식품 판매를 시작하며 국내 플랫폼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식품 제조사들은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자 자사 직영몰(D2C)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 거래 확대에 따른 과대포장과 아이스팩 폐기 등 환경적 부담은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6. 수요 정체와 비용 압박이 재편하는 외식산업

외식산업은 수요 정체와 비용 상승이라는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고물가로 소비자 외식 의향이 감소하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는 하락세다. 2020년 80만 개를 넘었던 사업체 수도 2024년 78만 9000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2026년 최저임금이 1만 320원으로 인상되면서 외식업체의 76.3%가 인건비 부담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외식업계는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서빙 로봇 등 푸드테크를 활용한 무인화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주문 시스템 도입률은 2021년 대비 약 3배 확대됐으며, 배달과 포장 비중도 꾸준히 증가해 전체 서비스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게 됐다. 소비 시장 역시 저가 가성비 업종과 특급호텔 뷔페 등 프리미엄 시장으로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7. K-푸드 세계화 성숙기 진입과 경쟁력 강화

K-푸드 수출액은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 본격적인 성숙기에 진입했다. 라면은 단일 품목 최초로 15억 달러 수출을 넘어섰고, 냉동 김밥 등 가공식품이 전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2026년에는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시장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중심의 질적 전환이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2026년 수출 목표를 160억 달러로 제시하고 몽골, 영국, 독일 등 신흥 시장 개척과 현지 인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딸기와 라면처럼 수출 단가와 규모가 동시에 상승하는 핵심 품목을 집중 육성하고, 기능성 건강식과 발효식품의 고급화를 통해 세계 트렌드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제 K-푸드는 한류 문화를 활용한 마케팅을 넘어,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에 대응하는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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