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AI 이끄는 정밀 마케팅 시대 도래…B2A2C 전략 필수
APAC 시장 ‘라이프 스타일 맞춤형’ 부상…수면·눈 등 목적성 소비 뚜렷
2026년 건강기능식품시장은 고령화에 따른 ‘장수 포비아’를 해소하기 위한 ‘초개인화’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이 핵심동력이 될 전망이다.
소비자의 관심이 보편적 면역력을 넘어 수면, 눈 건강 등 구체적인 기능성으로 세분화에 따라, 기업들은 정밀한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최적화 전략을 통해 개별 소비자의 미세한 니즈를 공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2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그랜드홀에서 ‘2026 건강기능식품 트렌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장, 이인성 DMC미디어 박사, 김채은 유로모니터 책임연구원, 김지원 칸타 상무 등 업계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서 건기식 산업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
‘장수 포비아’의 부상…디지털 시대, 역설적으로 ‘신체의 실체성’ 갈구해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은 ‘2026 트렌드_건강과 식 트렌드 중심으로’라는 발표를 통해 현대인에게 건강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명했다.
박 소장은 “이제 건강은 태어날 때 주어지는 고정된 ‘상수’가 아니라, 개개인의 노력과 환경에 따라 철저히 달라지는 ‘변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데이터상 건강에 관한 언급량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자녀를 위한 유기농 소비, 눈으로 직접 몸의 변화를 확인하는 ‘눈바디’,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비건 등에 이르기까지 소비자가 추구하는 건강의 결은 매우 다양해졌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개념은 ‘장수 포비아’였다. 1인 가구의 급증과 기대 수명의 연장이 맞물리면서, 대중은 ‘혼자 살며 오래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근본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대중이 미래를 그렇게 예상하고 대비하려는 심리적 상태 자체가 시장을 움직이는 동력”이라며, 스스로 돌봐야 하는 시대가 본격화되었음을 진단했다.
박 소장은 또 “데이터는 패턴을 보여주지만, 트렌드는 언제나 그에 반발하는 ‘길항’ 작용을 동반한다”며, “AI와 디지털화가 일상을 지배할수록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몸의 실체성에서 오는 성취감,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의 현장감, 그리고 느슨한 소속감 등 비디지털(Non-Digital) 영역을 더욱 갈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향후 건기식 산업은 단순히 성분을 파는 것을 넘어 인간 신체의 우월함을 독려하고 장수에 대한 심리적 공포를 덜어주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미디어 세분화 시대, 생존을 위한 데이터 공식과 ‘B2A2C’ AI 마케팅
이인성 DMC미디어 박사는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한 극심한 미디어 세분화 현상을 지적하며 데이터 기반 브랜딩 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전 국민이 즐겨보던 ‘국민 MC’나 ‘국민 광고’가 실종되고 대중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마이크로 콘텐츠로 흩어지면서, 기업이 타깃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도달시키는 기회비용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
이 박사는 “이제는 잘 만든 광고물 하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미디어 관리 전략 자체가 브랜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마케팅 생존 공식도 제시됐다.
이 박사는 관리해야 할 핵심 데이터로 광고단가, 집행 성과, 브랜드 지표, 소비자 행동 지표, AI 지표(GEO) 등 5가지를 꼽으며, 그중에서도 ‘최초 상기도(TOM, Top of Mind)’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신규 브랜드가 시장에 살아남으려면 출시 1년 내에 TOM 5%를 반드시 돌파해야 한다. 나아가 브랜드 인지도 10%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예산안도 공개했다. 누적 2500 GRPs 규모의 노출이 필요하며, 이는 TV와 디지털 매체에 약 35억 원의 예산을 4대 6 비율로 집행하고, 월 단위로 200~400 GRPs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야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에 대한 경구도 이어졌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직접 소통하던 B2C를 넘어, AI가 브랜드를 학습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대신 전달하는 ‘B2A2C(Business to AI to Customer)’ 환경으로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 검색 결과의 출처로 자사 콘텐츠가 선택되게 하는 AEO(Answer Engine Optimization), AI 모델 자체가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유도하는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전략이 기업의 필수 생존 요건으로 떠올랐다.
APAC 건기식 전문화 가속…일반의약품(OTC)과의 경계가 허물어지다
유로모니터 김채은 책임연구원은 ‘2026 APAC 건강기능식품 트렌드’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시장을 ‘컨슈머 헬스 유니버스(Consumer Health Universe)’라는 거시적 틀로 분석했다.
이 유니버스는 크게 비타민 및 식이 보충제(VDS), 체중 관리 및 웰빙 제품, 스포츠 뉴트리션 등으로 나뉜다. VDS 분야는 일반 비타민을 넘어 특수 식이 보충제, 강장제, 유아동 전용 건기식으로 세분화되고 있으며, 체중 관리 영역 역시 단순 다이어트를 넘어 식사 대용품 시장으로 팽창하고 있다. 스포츠 뉴트리션은 단백질뿐만 아니라 비단백질 제품으로 파생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자들이 건강 유지를 넘어 적극적인 체격 관리나 특정 연령대, 특정 증상에 특화된 기능을 갈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 연구원은 “아시아 태평양 전역에서 일반의약품(OTC)과 건기식의 경계가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며,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질환과 불편함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셀프 메디케이션트렌드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단순 종합비타민 출시를 넘어 수면 유도 보조제, 집중적인 눈 건강 등 구체적 증상에 맞춘 세밀한 라인업을 구축해야 한다. 다가올 2026년 APAC 시장의 성패는 타깃 소비자의 생애 주기에 맞춘 정밀한 제품 포지셔닝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딥다이브 분석에 달려있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결론이다.
5조8339억 시장, 명절 선물 지고 ‘나를 위한 목적성 소비’ 뜬다
칸타 김지원 상무는 구체적인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5년 시장 결산과 2026년 전망을 발표했다. 2025년 국내 건기식 시장은 극심한 고물가 기조 속에서도 약 5조 8339억 원 규모를 달성하며 견조한 방어력을 보였다. 가구 침투율은 82.6%로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이 연 1회 이상 건기식을 구매했으며, 가구당 연평균 구매 빈도는 4.4회, 1회 평균 지출액은 약 6만4000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유통채널의 지각 변동도 뚜렷했다. 온라인 채널 점유율은 전년 63.8%에서 68.3%로 상승한 반면 오프라인은 31.7%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온라인 구매 중 모바일 앱을 통한 결제 비중이 72.4%에 달해 건기식 쇼핑의 중심축이 모바일로 완전히 안착했음을 입증했다. 소비의 성격 또한 명절이나 기념일에 타인에게 주는 ‘선물용’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위한 ‘직접 구매’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성장하는 원료 카테고리를 보면 소비자의 구체적인 니즈가 확연히 드러난다. 보편적인 면역력 강화를 내세운 전통의 강자 프로바이오틱스(4.2%)와 비타민(3.8%)은 완만한 성장에 그친 반면, 수면 건강 관련 제품은 전년 대비 무려 15.2%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정 기능을 타깃한 개별인정형 원료(12.5%), 눈 건강(8.3%), 관절 건강(6.7%) 등 ‘목적성 소비’를 이끄는 원료들이 시장을 견인했다.
김 상무는 2026년 건기식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초개인화’와 ‘디지털 융합’을 꼽았다. 유전자 검사 결과나 개인의 디지털 건강 기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영양제 구독 서비스가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슬로우 에이징’ 트렌드,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스트레스 완화 등 정신 건강까지 함께 케어하는 ‘홀리스틱(Holistic)’ 제품군의 급부상을 예고했다.
김 상무는 “기업들은 대중적인 메가 히트 상품에 목매기보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초세분화) 전략으로 숨겨진 미세 니즈를 찾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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