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역 보고서]
291개 식품유형, 221개로 대폭 통폐합
아이스크림, 발효유 등 품질 등급형 유형 통합
산분해간장의 ‘소스류’ 이관 등 쟁점 많아

“소비자 알 권리 침해” vs “규제 합리화를 통한 산업 활성화” 반응 엇갈려

식품안전정보원, ‘식품공전 분류 체계 및 기준·규격 개선 연구’ 최종 보고

지난해 10월 2일 열린 ‘전통 장, 문화에서 신산업으로 - 식품공전 장류 개편 방향과 한국 장류의 발전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건우 기자
지난해 10월 2일 열린 ‘전통 장, 문화에서 신산업으로 - 식품공전 장류 개편 방향과 한국 장류의 발전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건우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공전 분류체계 및 기준ㆍ규격(이하 식품공전)’ 전면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식품공전 개정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최종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식품안전정보원 연구팀이 지난해 말 식약처에 보고한 연구보고서는 식품유형을 기존 24개 대분류, 102개 중분류, 291개 소분류로 나눴던 복잡한 체계를 16개 대분류, 89개 중분류, 221개 소분류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나온 개편안은 식품유형의 대폭적인 단순화와 국제기준(Codex)과의 조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많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저널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을 통해 식품안전정보원의 최종보고서를 입수, 식품공전 개편안의 주요 내용과 쟁점 그리고 향후 식품산업에 미칠 파장을 살펴본다.

개편의 배경과 원칙: “품질은 ‘표시’로, 공전은 ‘안전’만 본다”
현행 식품공전은 2016년 전부개정 이후 부분적인 수정만 거쳐오며 유형 간 중복과 모호성, 과도한 세분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안전성과 직결되지 않는 ‘품질(함량)’이나 ‘전통적 제조방식’을 기준으로 유형을 나누는 방식은 국제기준인 코덱스(Codex)나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체계와 동떨어져 수출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연구진은 이번 개편의 대원칙으로 △안전성 기반 분류체계 △정의 명확화를 통한 중복 해소 △실제 제조·가공 행태 반영 △생산·수입 실적 없는 유형 삭제 △국제 조화 등을 꼽았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프리미엄’이나 ‘전통’ 같은 품질 요소는 식품공전의 유형 분류에서 배제하고, 이를 포장재의 ‘표시(Labeling)’나 별도 인증제도로 관리하겠다는 점이다. 이는 식품공전의 1차적 목적을 ‘안전관리·검사·수입신고의 일관적 기준 제공’으로 재확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주요 품목별 개편 쟁점
이번 연구용역 보고서의 개편안은 단순한 분류 이동을 넘어, 기존 제품의 정체성과 마케팅 포인트, 나아가 관련 법령(HACCP, 학교급식법 등)과도 얽혀 있어 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이는 주요 쟁점 분야.

1. 빙과류·발효유: “품질 하향 평준화” vs “표시로 차별화 가능”
가장 뜨거운 감자는 유가공품과 빙과류 유형 통합이다. 개정안은 현행 유지방 함량 등에 따라 세분화된 ‘아이스크림, 아이스밀크, 샤베트, 비유지방아이스크림’ 등을 ‘아이스크림’과 ‘아이스크림믹스’로 대폭 통합한다. ‘농후발효유’와 ‘발효유’도 ‘발효유’ 하나로 합친다.

개편안 내용 안전성과 무관한 무지유고형분이나 유산균 수 차이에 따른 유형 구분을 없애고 최소 기준(무지유고형분 2~3% 이상)만 충족하면 동일 유형으로 관리한다.

업계 찬성 소비자는 이미 이들 제품을 ‘아이스크림’이나 ‘요거트’로 통칭해 인식하고 있다. 성분 함량은 제품 포장에 표시해 프리미엄 여부를 소구하면 되므로 불필요한 규제 완화에 찬성한다.

업계 반대 농후발효유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고형분과 단백질 함량이 높은 고품질 제품이다. 유형이 통합돼 기준이 하향되면, 저가 원료를 쓴 제품과 구분이 어려워져 시장 전체의 품질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2026년 유제품 관세 철폐와 맞물려 국산 원유 사용량이 급감, 낙농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

2. 장류(Soy Sauce): ‘산분해간장’ 퇴출과 ‘아미노산액’의 등장
국민 식생활의 기본인 장류 분류체계도 대격변을 예고했다. 핵심은 화학적 공법으로 제조하는 ‘산분해간장’을 장류에서 퇴출시키고, 조미식품류를 ‘소스(아미노산액)’로 이관하는 것이다.

개편안 내용 장류의 정의를 ‘발효’ 중심으로 재편한다. 이에 따라 발효 공정이 없는 산분해간장과 효소분해간장은 더 이상 ‘간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며, 소스류 하위의 ‘아미노산액’으로 분류된다. 한식간장과 양조간장은 ‘간장’이나 ‘한식간장, 양조간장’ 등으로 통합 관리될 예정이다.

쟁점 소비자단체와 전통장류업계는 “산분해간장은 간장이 아닌 화학 조미액”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는 “수십 년간 간장으로 소비돼 온 제품을 하루아침에 소스로 바꾸는 것은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고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혼합간장은 간장 원액 함량 기준(예: 50% 이상) 설정 문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3. 음료류: ‘탄산’이 주원료?…과·채음료 통합
음료류는 소비자의 음용 목적과 원료 특성을 반영, 재배치된다. 탄산음료의 분류 우선순위가 상향되고, 과일·채소류 음료의 유형이 통합된다.

개편안 내용 탄산음료는 제조공정이 아닌 ‘탄산’이라는 원료 특성을 인정받아 분류 우선순위가 최상위(1순위)로 변경된다. 현행 과·채주스(과즙 95% 이상)와 과·채음료(과즙 10% 이상)는 ‘과·채음료’로 통합된다.

쟁점 과·채주스와 음료가 통합될 경우, 소비자가 고품질의 주스와 저과즙 음료를 혼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는 ‘주스’라는 명칭 사용 가능 여부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고열량·저영양 식품 선정 기준) 등 타 법령과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4. 식물성유지: ‘포도씨유, 아보카도유’도 ‘식물성유지
식용유지류는 복잡했던 유종별 분류를 단순화한다.

개편안 내용 참기름, 들기름을 제외한 콩기름, 옥수수유, 올리브유 등 15개 식물성 유지 유형을 단일한 ‘식물성유지’ 유형으로 통합한다. 또, ‘식물성박유’라는 명칭을 소비자 거부감이 덜한 ‘기타식물성유지’로 변경한다.

다양한 신규 유종(아보카도유 등)이 등장할 때마다 별도 유형을 신설해야 했던 행정 비효율을 줄이고, ‘식물성유지’라는 포괄적 유형 안에서 원재료 표시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식용유의 경우 외국산 GMO 원료 사용이 가능해 GMO 표시제와 연계해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5. 가정간편식(HMR): ‘만두’는 살리고, ‘즉석조리’는 세분화
폭발적으로 성장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반영, ‘즉석식품류’ 대분류가 신설되고 하위 체계가 정비된다.

개편안 내용 기존 ‘즉석섭취·편의식품류’를 조리 방식에 따라 ‘즉석섭취식품류(RTE)’와 ‘즉석조리식품류(RTC)’로 명확히 나눈다. 특히 소비자가 가열 조리해 먹는 밀키트 등은 ‘간편조리세트’로, 냉동 피자나 볶음밥 등은 ‘즉석조리식품’으로 재편된다.

만두의 생존 당초 만두 유형을 삭제하고 즉석조리식품으로 통합하려 했으나, “만두는 K-푸드의 대표 주자로서 고유의 정체성과 시장 규모(약 1조원)를 고려해야 한다”는 업계와 전문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만두’ 중분류 및 유형을 유지하기로 했다.

6. 전문가와 소비자 반응: “방향은 맞지만 디테일이 중요”
전문가 자문 결과, 전문가들은 식품공전 개편이 ‘안전관리 효율화’와 ‘국제 조화’라는 측면에서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장류와 같이 사회적·문화적 민감도가 높은 품목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유형 통합으로 안전관리 규격이 완화돼서는 안 되며, 품질 정보는 표시 기준 강화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인식 조사
전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 결과, 소비자는 가공식품 구매 시 제품명(24.8%), 소비기한(21.5%), 제조연월일(15.8%)을 주로 확인하며, ‘식품유형’을 확인한다는 비율은 5.2%에 그쳤다.

이는 식품유형 통합이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큰 혼란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진의 판단 근거가 됐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유형 간 차이의 모호성’(68.6%)과 ‘어려운 용어’(31.0%)를 문제로 지적, 알기 쉬운 용어 변경과 표시 개선이 병행돼야 함을 시사했다.

향후 과제와 전망: 2030년 전면 시행을 향한 과제
이번 연구 보고서는 2026년 행정예고, 2027년 고시를 거쳐 2030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하는 장기 로드맵을 제안했다. 그러나 실제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 타 법령과 충돌 해결: 식품유형은 단순한 이름표가 아니다. HACCP 의무 적용 대상, 자가품질검사 주기, 영양성분 표시 대상, 어린이 기호식품 지정 등 수많은 규제가 식품유형에 연동돼 있다. 유형이 통합되거나 변경되면 이 모든 법령과 고시를 동시에 손질해야 하는 막대한 행정 소요가 발생한다.

2. 표시 기준의 대대적 정비: 유형 통합으로 사라지는 품질 정보(예: 과즙 함량, 유지방 함량, 발효 여부 등)를 소비자가 알기 쉽게 포장재에 표시하도록 ‘식품등의 표시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3. 수입 통관 및 데이터 연동: 유형 변경에 따라 수입식품 품목코드가 전면 개편돼야 하며, 이는 관세청 등 유관 기관 시스템과 연동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4. 사회적 합의: 특히 ‘산분해간장’ 명칭 변경이나 ‘농후발효유’ 통합 등은 업계의 생존권, 소비자의 정서와 직결된 문제이므로, 행정예고 단계에서 추가적인 공청회와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식품안전정보원 연구팀은 “이번 개편안은 향후 행정예고·고시·전면 시행예정(’26~’30년)에 따라 세부 제도 설계, 타 법령 정합성 확보, 표시체계 개선, 산업 영향 보완대책 마련 등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추후 추가적인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 전면 시행 전 충분한 유예기간이 주어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 연구안을 토대로 식품 표시기준 등을 업계와 공청회 등을 거쳐 대대적으로 손질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대한민국 식품산업의 기본법인 식품공전이 낡은 옷을 벗고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새옷을 입을 수 있을지, 향후 식약처의 정책 추진과 업계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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