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만에 해제…글로벌 위기 관리의 쾌거

K-푸드 열풍으로 수출에 날개를 달고 있는 효자상품 중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에 대해 덴마크 수의식품청(이하 DVFA)이 “너무 맵다”라는 이유로 지난 6월 11일 핵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에 대한 리콜 조치를 내렸다가 7월 15일(현지 시각) 이를 해제하였다.
리콜 사태가 해제되기까지는 삼양식품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민관협력 위기관리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캡사이신 함량을 이유로 DVFA가 리콜 조치를 내리자 BBC·AP통신, 워싱턴포스트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이 앞다퉈 이 소식을 머리기사로 보도하며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졌고, 해당 업체인 삼양식품과 식약처의 위기 체감도도 높아졌다.
이에 삼양식품에서는 DVFA의 불닭볶음면 캡사이신 함량 측정법의 오류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는 한편, 국내 공인 시험분석기관을 통해 정확한 캡사이신 함량을 정확히 측정한 다음 그 결과를 가지고 국가별 식품 관련 법상 규격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안전한 제품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렸다고 한다.
식약처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DVFA의 자의적 판단하에 제품 리콜을 명한 것에 대해 식약처장 명의로 공식서한을 보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달 말에는 국장급 실무진을 중심으로 현장대응팀을 덴마크에 파견해 DVFA와 대면 회의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이번 리콜 해제를 끌어냈다.
불닭볶음면의 수출 상승세가 K-푸드 열풍을 견인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인데 DVFA의 갑작스러운 리콜 조치로 자칫하면 K-푸드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삼양식품과 식약처의 ‘민관협력 글로벌 위기관리’는 좋은 사례로 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 위기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그 여파는 해당 업체뿐 아니라 동종업계의 위기 상황으로 번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하면 국가적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리콜 사태 초기부터 해당 업체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잠재된 문제 확산 가능성을 예측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 사태를 조기에 해결한 우리나라 식품 안전 당국의 위기관리 조치에 찬사를 보낸다.
위기 발생 시 가장 유의해야 할 사항은 발생한 문제를 너무 얕잡아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칫 그 문제 안에 잠재되어있는 핵폭탄급 위기 확산을 맞을 수 있다.
오래전에 보았던 외국의 어느 위기 대응 매뉴얼 원칙 중 “문제 안에서 악마의 눈을 주시하라”라고 제시된 대응 원칙이 생각난다. 실패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2000년 발생한 일본 유키지루시 유업 사태는 초기에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회사 경영진의 잘못된 위기관리가 결국에는 50년 전통의 기업이 문을 닫는 시발점이 되었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위기 관리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야기되었을 때는 식품업체는 정부 기관과 적극적인 소통하고 역할 분담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발생한 쥐 식빵 사건도 당시 피해 업체인 SPC에서 상황접수 즉시 식약처와 소통하며 대응했고 조작 가능성을 인지한 후 즉시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등 긴밀한 조치를 통해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식품기업의 위기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다. 언제 직면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식약처와 식품산업 단체가 공동으로 위기관리 세미나 등을 통한 사전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