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식품공급망 체계적 관리 위한 ‘식품안전예방관리계획 솔루션’
이해관계자 간 소통 강화 위한 ‘식품안전위키’ 연말 선보일 예정

한상배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장
2008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초대형 식품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우유에 물을 희석하고 멜라민을 첨가하여 단백질 테스트를 불법으로 통과한 중국 멜라민 분유 파동 사건이다. 이 사건은 영유아 등 수십만 명의 병원 치료를 초래했다.
사실 우리 주위에서도 건강보조식품을 만병통치약으로 둔갑시키고, 바닐라 향료를 물과 혼합해 농축액으로 표시하는 등 식품 사기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다만, 과거의 식품 사기는 은폐, 위조 등 단순 유형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불순물 첨가, 희석 등 적발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식품 사기는 주로 일부 개인이나 기업이 금전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발생시키나, 이런 부정행위로 인한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는 가늠할 수 없다.
식품 사기와 관련해서 우리는 두 가지 환경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식품 사기 범죄가 갈수록 고도화되고,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최근의 식품공급망이 전 세계적으로 다변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고도화된 식품 사기를 예방하고, 적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소비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 간의 공동의 노력과 이를 지원 해줄 체계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식품 사기 대응 체계의 선도적인 사례는 세계 최대 단일시장을 가지고 있는 유럽연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는 회원국 간 신속한 정보 교환과 위험을 경보하기 위한 ‘유럽 식품·사료 신속경보플랫폼(RASFF)’을 설치하고, 2018년 유럽 식품공급망 보호를 위한 ‘식품 사기 및 품질 관리 지식센터(KC-FFQ)’를 발족하는 등 식품 사기 대응을 체계화 해나가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20년 유럽에서는 각 회원국, 규제당국, 여러 기관과 기업이 공조한 옵슨9(Opson IX) 작전으로 위법한 식음료 상품 1만2000톤, 28만 유로 가치의 상품을 압수하고 406명의 피의자를 검거한 바 있다.
지난해 중국 법원에서 특별한 판결이 있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우리나라의 매운맛 볶음면 제품을 모방해 판매해 오던 중국 업체를 상대로 우리나라 기업이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승소한 사건이다. 여러 매체에서도 배타적인 중국 현지 법원이 한국 기업의 손을 들어준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보도했다.
승소의 비결에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피해를 입은 우리 기업과 한국식품산업협회의 협업과 공조가 있었다. 이는 ‘K푸드 모조품 근절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응한 쾌거였다. 앞으로도 이런 우수사례를 도출할 수 있도록, 우리 기업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식품 사기 예방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갖추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노력의 일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서는 식품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식품안전예방관리계획 솔루션’과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식품안전위키’를 올해 말 선보일 예정이다.
‘식품안전예방관리계획 솔루션’은 원·부재료 등 공급망 관리가 필요한 협력업체에 대한 식품기업의 자체 기준에 맞는 승인 절차를 마련하여 기업들의 식품 사기를 예방하고, 식품 기업들에게는 원료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식품안전위키’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식품 사기 등 위험정보를 식품 유형과 국가별로 분류하여 한눈에 볼 수 있는 반응형 대시보드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며, 특히, 산업계, 수입업체 등으로부터 사기 의심 업체, 원료 등 관련 자료를 받아 공유하는 양방향 소통창구 기능도 수행할 계획이다.
아무리 좋은 솔루션과 소통창구라도 활용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서는 많은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독려하고 홍보하여, 앞으로도 식품 사기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고도화, 체계화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우리 인증원에서는 식품 사기에 대한 과학적 검증시스템을 구축하여 대한민국 내에 식품 사기가 통하지 않도록 철저히 분석해 나갈 것이며, 언젠가 이를 바탕으로 옵슨9(Opson IX)과 같은 작전이 우리나라에서도 펼쳐지고 성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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