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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Vitamin) 전성시대

  • 2024-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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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Vitamin) 전성시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8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4.06.0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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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 이어 건기식 강자… 체내 합성 안 돼 섭취 필수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매년 성장세다. 작년 2023년에는 6조2022억 원으로 커졌다. 반면 2019년 1조5939억 원에 이르렀던 홍삼은 해마다 감소해 급기야 작년에는 1조1675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부동의 건기식 1위 홍삼을 바짝 뒤쫓는 2위는 바로 ‘비타민’이다. 작년 비타민 시장 규모는 9424억 원으로 올해 1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홍삼이 다른 건기식보다 가격이 월등히 비싸고 쓴맛과 올드(old)한 이미지 때문에 간편하고 저렴한 영양제인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등에 밀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중요한 사람이나 꼭 필요한 것을 보면 사람들은 ‘비타민 같은 존재’라고 한다. 이렇듯 비타민은 이미 우리 삶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비타민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과 같은 3대 주 영양소는 아니지만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 유지에 꼭 필요한 유기화합물이다. 비타민은 소량으로 신체의 주요 기능을 조절해 준다는 측면에서 호르몬과 유사하다.

그러나 호르몬이 내분비기관에서 합성돼 공급되는 데 비해 대부분의 비타민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못하므로 음식물을 통해 외부로부터 반드시 공급돼야 하며 부족 시 결핍증을 일으킨다. 비타민은 8가지 B복합체, C를 포함한 수용성 비타민 9종과 A, D, E, K 등 지용성 비타민 4종으로 구분이 된다.

특히 지용성 비타민은 과잉섭취 시 독성을 일으키고 수용성 비타민은 체내에 저장되지 않으므로 결핍증이 빨리 발생한다. 이들 비타민은 과일, 채소 등에 다량 함유돼 있는데, 이들의 신선도가 떨어지면 함량이 감소하며 곡류의 경우 도정 시 다량 손실된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비타민의 양은 아주 적지만, 대부분 체내 축적되지 않아 가능한 매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면 결핍이 거의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비타민이 뭔지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5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492년 콜럼버스가 美 대륙을 발견한 이후 유럽에서는 대서양을 횡단하거나 태평양을 넘어 장거리 항해를 하는 선박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오랜 항해 중 선원들이 배불리 먹고도 괴혈병이나 근육이 약해져 죽는 일이 다반사였다. 특히 괴혈병은 잇몸이 약해지며 피가 나 많은 선원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주 영양소 외 비타민과 같은 생명에 필수적인 비 영양물질들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게 됐다.

비타민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영국 해군 군의관 제임스 린드(James Lind)라고 한다. 그는 1747년 항해 중 수병들에게 발생하는 괴혈병을 특정 영양분 부족으로부터 기인하는 현상으로 인식했다. 이후 괴혈병에 걸린 선원이 레몬이나 귤을 먹으면 빨리 회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해군들의 식사에 감귤류 주스를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었다.

린드는 1753년 항해 중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신선한 녹색 채소를 먹으면 괴혈병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하다는 논문을 발표했었으나, 당시 유럽의 의사들이나 과학자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다고 한다. 많은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이 연구 초기에는 기득권들에 의해 무시당하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1795년에 이르러서야 영국 해군이 린드의 간단한 식사법을 채택했고 이후 바로 괴혈병이 사라졌다고 한다. 린드에 의해 괴혈병이 정복된 것인데, 당시엔 감귤류의 아스코르빈산 즉 비타민C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1882년엔 일본인 의사 카네히로 타카키가 선원들에게 티아민, 즉 비타민 B1의 결핍으로 생긴 각기병을 고기와 야채를 이용해 간단하게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1887년 네덜란드 정부는 식민지인 자바섬으로 특별위원을 파견해 이상한 걸음걸이의 환자들이 급증하는 질병을 연구하도록 했다.

자바의 한 형무소에서 네덜란드의 병리학자인 의사 에이크만은 키우는 닭으로부터 백미 사료만 먹이면 각기병 증상이 나타나고, 현미를 먹이면 각기병 증상이 없어지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흰쌀밥만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각기병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고 쌀겨를 포함한 현미에 이를 예방하는 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린드의 논문 발표 후 150년이 지난 1906년에 이르러서야 영국의 생화학자 홉킨스가 “음식물에는 미량이지만 건강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동물의 성장과 생명 유지에 필요한 성분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물 등 다섯 가지로 알려졌는데, 이때부터 이 5대 영양소만으로 조제한 동물의 사료로는 동물이 정상적으로 성장 또는 생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1912년에 이르러 폴란드의 생화학자 풍크는 ‘Vitamine(vita+amine)’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그는 쌀겨 내 각기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물질인 티아민(Thiamine)에서 질소 함유 유기물을 일컫는 ‘아민(-amine)’ 앞에 ‘생명’을 뜻하는 ‘vita’를 붙였다. 그러나 이후의 연구에서 모든 비타민이 아민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1920년에 이르러 그 명칭이 ‘아민(-amine)’에서 ‘e’를 떼어낸 ‘Vitamin(비타민)’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1913년 미국의 화학자 맥콜럼은 비타민을 분류했는데, 지용성 물질을 비타민 A로, 수용성 물질을 비타민 B로 지칭하며 발견된 순서에 따라 알파벳순으로 명명하기 시작했다. 1920년 드라몬드는 괴혈병의 예방물질이 비타민 B와는 다른 수용성 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비타민C’로 명명했다. 같은 해 맥콜럼은 꼽추병 예방에 효과를 보이는 지용성 물질을 발견해 ‘비타민D’로 명명했고, 1922년에는 ‘비타민E’를 발견했다. 1929년 덴마크의 담 박사는 특정 성분의 섭취가 부족할 때 혈액 응고가 지연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 물질을 ‘응고’라는 ‘Koagulation’의 첫 글자를 따 ‘비타민K’로 명명했다. 이후 비타민 B12의 구조가 밝혀지며 지금까지 총 13종류의 비타민이 알려졌다.

197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라이너스 폴링은 ‘비타민C와 감기’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이후 비타민C의 항암 작용을 주장하며 하루 권장량 60mg의 200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을 권고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비타민C가 콜라겐 형성에도 역할을 해 피부와 혈관 강화에 도움을 줘 질병을 예방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오늘날 ‘비타민C 전성시대’를 연 장본인이 되었다.

비타민C와 같은 수용성 물질은 필요량 이상 섭취해도 몸에 쌓이지 않고 배출되므로 과량 섭취할 필요가 없으니 매일 적정량씩 섭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하상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