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 기준치 마련 안 돼…안전성 연구·관리 절실

플라스틱은 열과 압력을 가해 성형할 수 있는 합성수지를 말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분해, 제거되지 않는다. 다만 작은 조각들로 쪼개질 뿐이다. 이 작은 조각인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은 죽음의 알갱이, 바다의 암세포라 불리는데 5mm 이하 크기의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이는 물과 토양은 물론 공기 등 자연 어디에나 존재하는데, 최근 미세플라스틱이 상수도는 물론 시중 유통 중인 생수에서도 발견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페트병 제조과정이나 플라스틱 봉지를 뜯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어 관리가 어렵다.
최근 국내 생수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0년 약 3900억 원대였던 국내 생수 시장은 지난해 약 2조3천억 원대로 12년 만에 5배 이상 커졌다고 한다.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은 제주삼다수가 약 40%로 가장 높고, 이어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가 약 15%, 농심 백산수가 7%로 그다음 순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먹는 샘물 제조기준에 부합해 취수 허가권을 받은 58개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현재 시판 중인 생수에선 20㎛ 이상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례가 거의 없었고, 검출됐더라도 그 수가 1~2개 정도로 미미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는 미세플라스틱의 허용기준치에 대한 정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고 유해성에 대해서도 국제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까지는 없다고 한다.
지난 2016년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전국 연안의 평균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결과에서 1㎡당 6670개나 검출됐었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오염 정도와 건강 영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일단 우리 바다가 미세플라스틱에 상당히 오염돼 있고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2022년 3월 11일 식약처가 발표한 인체 노출량과 위해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통 식품 중 오염된 미세플라스틱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다.
식약처는 해조류, 젓갈류 그리고 외국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보고된 식품 11종 등 총 102품목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오염도와 인체 노출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은 1인당 하루 평균 16.3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어 지금까지 알려진 독성정보를 종합했을 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현재까지 미세플라스틱의 위해 가능성에 대한 신뢰성 있는 증거는 없으며, 음용수 중 미세플라스틱에 따른 인체 위해 우려는 낮다고 판단했다.
페트병에 포장된 물과 음료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에 대한 학계에서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고, 허용기준치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이 어디서 왔는지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는 수원지의 물에서부터 오염됐을 수도 있고 물을 거르는 필터에서나, 뚜껑에서도 올 수가 있다. 물론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의 성분을 분석해 보면 폴리프로필렌은 뚜껑, 폴리아미드는 정수 필터 등 어디서 왔는지 어느 정도는 추정이 가능하다.
사실 시급한 건 미세플라스틱 공인 시험법 확보다. 생수나 음료 속에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아야 목표를 설정해 안전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미세플라스틱 특별법’이 발의된 상태이나 현재 이렇다 할 토의 없이 계류 중이라 한다. 해당 법안엔 미세플라스틱 관리 연구개발 지원,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 연구센터 지정, 관리기준 마련 및 해당 기업 규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유럽환경청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절반은 2000년대 이후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플라스틱은 다른 재질에 비해 쉽게 분해, 제거되지 않는다는 장점이자 단점으로 인해 버려진 플라스틱이 장시간 자연에 축적돼 생태계에 피해를 입히므로 반환경적이다.
게다가 버려진 플라스틱은 대부분 바다로 떠밀려가 오염시키고 점점 잘게 조각 나 미세플라스틱이 돼 바다생물을 위협하고 이를 통해 사람에게 재앙으로 되돌아온다. 생산된 플라스틱의 9%만이 재활용되고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40%에 달한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의 안전성에 관한 연구와 관리는 정부와 과학자들에게 맡기더라도 우선 소비자는 과대포장 및 일회용 사용 줄이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재사용 늘리기 등 친환경 노력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