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감자·곰팡이 독 등 천연식품 과신 금물

식중독에 대해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에서는 “식품 섭취로 인하여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 또는 유독물질에 의하여 발생하였거나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감염성 질환 또는 독소형 질환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식품 또는 물의 섭취에 의해 발생되었거나 발생된 것으로 생각되는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식중독의 원인은 크게 미생물과 화학물질로 구분할 수 있다.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은 세균성 식중독과 바이러스성 식중독으로 구분하고, 세균성 식중독은 독소형과 감염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화학물질에 의한 식중독도 있는데, 식중독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에는 동물성, 식물성, 진균성 자연독과 인공 화합물이 있다.
자연독 식중독에 대해서 행정안전부와 국립수목원이 2021년에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10~2019년 10년간 자연독에 의한 식중독 사고는 총 21건이었고 환자 수는 135명이었다.
자연독에는 먼저 동물성 자연독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복어독과 조개독이다.
둘째는 식물성 자연독이다. 버섯독과 감자독이 대표적이다. 버섯독에 의한 식중독은 야생 독버섯을 식용버섯으로 오인하여 섭취한 후 발생한다. 감자독은 싹 나는 부위의 녹색 부분에 솔라닌이 포함되어 있다. 솔라닌은 가열하더라도 없어지지 않는 식물성 독소로, 섭취 후 수 시간이 지나면 복통, 현기증, 위장장애, 의식장애를 일으킨다.
고대 이집트에서 전해진 서양 독미나리(hemlock)는 기원전 5세기 무렵 사형 집행에 쓰일 정도였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 독배를 마시고 발끝부터 점차 감각이 사라지는 증상을 겪었는데, 바로 이 서양 독미나리즙을 마셨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한다.
자주꽃(Foxglove)은 아름다운 꽃이지만, 모든 부분이 독성을 지니고 있다. 심장에 영향을 주는 독소를 함유하고 있어 섭취하면 안 된다. 올리브나무는 잎, 꽃, 줄기 모두 독성이 있다. 심장 및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독소를 함유하고 있으니 절대로 섭취해서는 안 된다.
콩과 식물인 카스티네(Castor Bean Plant)의 씨앗과 피마자의 아주까리 열매에는 세계 3위의 맹독성분인 리신을 함유하고 있다. 열에 불안정하여 가열하면 쉽게 불활성화된다. 토끼풀은 독성이 강한 식물로, 식물 전체가 독소를 함유하고 있다. 섭취 시 중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며 치명적일 수 있다.
셋째는 곰팡이 독이다. 농산물의 저장, 유통 중에 오염된 곰팡이에 의해 생성되는 유독물질로, 아플라톡신과 오크라톡신, 제아레논 등이 있다. 신장 장애와 간장 장애, 중추신경장애, 피부염, 간암을 유발한다. 곰팡이 독은 곰팡이와는 달리 세척하거나 열을 가하더라도 없어지지 않고 조리, 가공 후에도 남아있을 수 있으므로 농산물 보관 시 주의해야 한다.
이 외에도 조리기구나 포장재에 의한 중독으로 녹청, 구리, 납 성분에 의한 중독이 있다. 따라서 조리기구나 식품접촉 도구들은 반드시 식품 적합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식중독은 미생물에 의한 경우다. 세균성과 바이러스성이 있는데, 음식물을 섭취한 후 오심과 구토, 복통,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해 보아야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식중독 증상들이 거의 유사하므로 그 증상만으로는 원인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음식물 섭취와 증상 발생 간의 시간 간격으로 식중독이 병원균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혹은 독소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추측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천연식품은 안전할 것이라는 방심이 오히려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복어독과 같이 전문적인 지식과 기능이 갖춰진 조리사가 취급하지 않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야생 식물 가운데는 전문가들도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 식용으로 잘못 알고 먹어 큰 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검증되지 않은 야생 식재료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삼가야 하고, 전문가들에 의해 독성이 제거된 안전한 재료들만 사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산이나 들에 나물들이 많이 나는 봄철에는 독성식물 섭취로 인한 중독사고가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