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 125ppm…기준치 지킨 햄·소시지 등은 안전
유럽연합(EU)은 2023년 10월 9일에 개정된 위원회 규정(EU) 2023/2108에 따라 식품첨가물 질산염과 아질산염에 대한 보다 강화된 지침을 설정했다. 유럽식품안전청 (EFSA)의 ‘니트로사민에 노출된 설치류에서 간 종양 발생의 위험을 연구한 동물 대상 과학적 위해성 평가’를 토대로 해당 규제는 작년 초 EU 회원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EU 보건식품안전위원회는 암 퇴치 계획(Beating Cancer Plan)에 따라 식품의 아질산염 및 질산염 첨가물에 대한 새로운 제한을 설정함으로써 식품업계가 첨가물 질산염‧아질산염의 사용을 더욱 줄여 인류의 건강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식품첨가물 아질산염과 질산염 사용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더 엄격한 제한을 설정했다. 이는 리스테리아, 살모넬라 등 식품 매개 병원성 세균으로부터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함과 동시에 니트로사민 등 유해한 발암성 화합물에 대한 소비자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번 개정법으로 EU 내 업계는 2년 내 개정된 표준에 따라 전체 식품 공급망에서 아질산염 및 질산염과 관련된 문제 해결 준비를 마쳐야 한다.
‘니트로사민’은 아질산염이 첨가된 가공 육류 제품, 가공된 생선 등에서 발생 가능한 발암물질이다. EU 식품분류법에 ‘아질산염 무첨가’ 제품 유형이 생긴 이래로 현재까지 아질산염 첨가 제품은 46% 감소할 정도로 아질산염 무첨가에 대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유럽위원회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비살균 육류 제품에 첨가되는 일반적인 아질산염의 양은 EU에서 정한 최대 수준보다 낮았고 2016년 추가 연구에서도 아질산염의 사용 수준을 더 낮출 여지가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Foodwatch France와 같은 단체에서는 식품에 아질산염과 질산염 첨가를 금지할 것을 요구했으며, 올 초 유럽 의회의 환경, 공중보건 및 식품안전위원회(ENVI)에서도 계속 논의되기도 했다.
아질산염은 육류의 아민과 반응하여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성 물질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으며, 미국 농무성(USDA)에서는 사용량을 줄이도록 권고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위해성이 논란이 뜨거운 물질이다. 국내에서도 2022년 2월 16일 이미 식품첨가물인 아질산나트륨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주의문구 표시를 하도록 「식품표시광고법」이 개정됐다.
게다가 작년 11월 7일 보건복지부가 아질산나트륨을 ‘자살위해물건’으로 추가 지정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해 이슈가 됐었다. 복지부는 이를 한 번에 4g~6g 섭취하면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고 최근 호주와 일본 등에서 신종 자살 수단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면서 아질산염 중독으로 인한 자살사고를 막기 위해 고시 개정에 나섰다.
이미 아질산염에는 ‘발암물질’이라는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질산염을 2군(2A)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2A군은 동물실험 근거는 있지만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제한적일 경우를 말하는데, 현재 간디스토마(간흡층), 아크릴아마이드, 항암제 시스플라틴(cisplatin), 방향족탄화수소(폴리염화 바이페닐) 등 65종이 2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아질산염은 자연계, 특히 식물에 널리 분포하는데, 시금치, 쑥갓, 그린아스파라거스, 청고추 등에 많이 함유돼 있어 자연스레 사람에게 노출된다.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보툴리눔(botulinum)이라고 불리는 Clostridium botulinum균이 생산하는 독소(botox) 생성을 억제하는 보존료로서 육가공 식품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19세기 초 독일에서 잘못 보관된 소시지 식중독으로 한 번에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이를 예방할 보존료가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아질산염은 주로 육가공 식품의 붉은색을 유지하기 위해 첨가되는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에서 허용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식육가공품 및 고래고기 제품에 kg당 최대 0.07g까지, 어육소시지에는 0.05g, 명란젓 및 연어알젓에는 0.005g까지 허용된다. 국내 육가공 시장은 최근 수년간 연평균 8.9% 성장하며 6조 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나 아질산염을 꼭 사용해야만 해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과량 섭취 시간과 신장을 손상시킬 수 있는데, 체내 흡수되면 혈액 내 적혈구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려 산소부족 증세를 일으킨다. 또한 이는 0.3g 이상 섭취 시 중독을 일으키고 치사량(성인은 4~6g) 이상 섭취 시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데, 반수치사량(LD50)은 쥐의 경우 체중 kg당 180mg으로 농약인 DDT(150mg/㎏)와 비슷한 독성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가 규정하는 일일섭취허용량(ADI) 125ppm(0.125g)을 계산해보면 한 번에 아질산염을 기준치 함유하는 소시지를 60kg 가까이 먹어야 위험한 셈이라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식품첨가물이 그러하듯 독성과 부작용이 있어 주의는 해야 하나 이에 대한 지나친 우려 또한 경계해야 한다. 사실 아질산염은 햄·소시지보다 채소류를 통해 섭취하는 양이 훨씬 많고 항균, 발색 등 아질산염 사용에 따른 이익이 더 크기에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일부 어린이들이 극단적으로 과다하게 육제품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ADI를 초과할 수 있으나 기준치를 지킨 햄·소시지의 일반적 섭취는 안전하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