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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식량안보 차원…소재 부문 보호 필요 : 이철호 교수

  • 2026-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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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식품산업의 기초를 흔들지 말자
  •  이철호 명예교수
  •  승인 2026.02.1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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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식량안보 차원 국가 기간산업…소재 부문 보호 필요
검찰 담합액 규모 맞는지 검증 필요…농식품부 입장 밝혀야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
이철호 명예교수(고려대·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이사장)
이철호 명예교수(고려대·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이사장)

식품산업의 기초는 원료 소재산업이다. 밀과 옥수수로 만든 밀가루와 전분당, 설탕과 콩기름 등이 중요한 식품 가공 원료이다. 이들 소재가 없으면 빵, 라면, 과자, 음료수 등 대부분의 식품을 만들 수 없으며, 이들 소재산업이 어려우면 식품 공급이 어려워지고 국가 식량안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그동안 식품 소재산업을 보호 육성해 왔다.

그러나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설탕 가격 담합이라는 죄명으로 국내 설탕 시장의 90%를 담당하는 제당 3사의 대표이사 2명을 구속하고 9명의 임직원을 불구속기소를 했으며, 밀가루 가격 담합으로 6개 제분회사 대표이사를 포함한 20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밀가루 가격 담합 규모가 5조 9913억 원, 설탕 가격 담합 규모가 3조 2715억 원이라고 연일 언론에 고발하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국민은 우리나라 식품산업에 커다란 불신감과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검찰이 주장하는 담합 규모가 신빙성이 있는 수치인지, 그 계산 방법이 올바른지에 관해서는 식품산업 진흥을 책임지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시급히 밝혀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 식품 소재산업은 안팎으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원료 곡물을 거의 전량 수입하는 상황에서 환율은 IMF 이래 최고치로 급등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관세전쟁으로 원료 수급의 불안정성이 감내할 수준을 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 재난으로 세계 곡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출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식품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 공권력을 총동원해 식품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소비자의 알권리 주장에 밀려 멀쩡한 생명공학 신품종(GMO)을 악마화하는 완전표시제를 올해 12월부터 시행하여 식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20~30% 인상되는 요인을 만들고 있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제조업의 생산비를 가중시키는 각종 제도가 시행되는 가운데 국내 식품산업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 식품산업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K-푸드로 수출 활로를 넓히려 애쓰고 있다. 국민의 생존이 직결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전 세계를 뛰어다니는 식품산업인은 누구 못지않은 애국자들이다.

식품산업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보호 육성되어야 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신냉전 시대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착취적 사회주의 독재체제와 포용적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맞붙는 소용돌이 중심에 서게 되었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운명에 처해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무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식량이다. 우크라이나가 강적 러시아와 맞서 예상 밖으로 장기전에 견디고 있는 것은 충분한 식량 덕분이다. 식량(곡물)자급률이 20%밖에 안 되는 한국이 버틸 수 있는 방법은 건강한 식품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당장의 식품 가격 안정을 위해 식품산업의 뿌리를 흔드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걸핏하면 담합이라는 죄명으로 식품산업을 옥죄는 관행도 이제는 시장의 정서를 제대로 파악한 지혜로운 눈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풍전등화와 같은 오늘의 대한민국 정세를 바로 보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슬기로운 행정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