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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과 동등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표현을 ‘미승인 신약 판매 행위’로 간주

  • 2026-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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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을 향한 포위망 ‘제품’ 넘어 ‘비즈니스’ 겨냥-이주형의 글로벌 푸드트렌드(21)
  •  이주형 전문위원
  •  승인 2026.02.03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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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광고, 천연 대체제, 구독 모델까지...미국 규제 당국의 1월 대공습
메타(Meta)에 “AI 기술로 생성 기만적 체중 감량 광고 차단” 요구
웰니스 센터에 FDA 승인 없는 ‘천연 오젬픽’ 등 ‘판금 명령’
돈 버는 방식 제동…기만적 환불 정책·해지 방해 행위 제재
시장 심판관, FDA 외 소비자법·FTC 광고 규제도 가담
이주형 전문위원(법무법인 비트 글로벌식품산업 지원실장)
이주형 전문위원(법무법인 비트 글로벌식품산업 지원실장)

2026년 1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미국 규제 당국은 GLP-1(비만치료제) 관련 시장에 대해 전례 없는 대공습을 시작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 타깃의 변화다. 과거 FDA가 제품의 ‘성분’과 ‘라벨’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면, 지금 주 검찰총장과 FTC(연방거래위원회)는 소비자가 광고를 접하는 순간부터 결제하고 해지하는 순간까지, 기업의 ‘비즈니스 행태’ 전체를 검열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의 GLP-1 관련 수출 기업들에게 명확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가장 먼저 칼을 빼 든 것은 펜실베이니아와 코네티컷을 위시한 35개 주 검찰총장 연합이다. 이들은 지난 1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Meta)’에 공식 서한을 보내 “AI 기술로 생성된 기만적인 GLP-1 체중 감량 광고를 즉각 차단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최근 많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생성형 AI나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모델이 “이 제품 먹고 10kg 뺐어요”라고 말하는 영상을 제작해 왔다. 실제 섭취자를 섭외하는 수고를 덜고, 법적 책임은 가상의 인물 뒤로 숨기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미국 사법 당국은 이를 ‘기술 혁신’이 아닌 명백한 ‘사기(Fraud)’로 규정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규제의 칼끝이 광고주를 넘어 ‘플랫폼’을 겨누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 검찰총장의 압박을 받은 메타와 틱톡 등 거대 플랫폼들은 이제 방어적인 알고리즘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AI가 생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다이어트 전후(Before & After) 영상이나, 실체가 불분명한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 계정은 소명 기회조차 없이 ‘즉시 영구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진실성’이 결여된 마케팅 소재는 미국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온라인이 막히면 오프라인은 안전할까? 지난 12월, 코네티컷주 윌리엄 통 법무 장관은 주 내의 웰니스 센터와 메디컬 스파(Spa)들에 무더기로 ‘판매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들의 혐의는 FDA 승인을 받지 않은 혼합 약물을 팔면서 ‘천연 오젬픽’, ‘위고비의 천연 대체제’ 같은 문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는 식품이니까, 혹은 우리는 지역 소매점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기업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번 조치는 ‘천연(Natural)’이라는 단어가 결코 법적 방패막이가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규제 당국은 소비자가 식품을 의약품과 동등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오인(Mislead)’하게 만드는 모든 표현을 ‘미승인 신약 판매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온라인 상세 페이지든, 동네 스파의 전단지든, ‘GLP-1의 대안’을 표방하는 순간 그곳은 규제 당국의 단속 현장이 된다.

마지막으로, 판매가 이루어진 이후의 과정, 즉 ‘돈을 버는 방식’에 대해서도 제동이 걸렸다. 1월 7일,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온라인 체중 감량 플랫폼 ‘NextMed’에 대해 기만적인 환불 정책과 해지 방해 행위를 문제 삼아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최근 한국 식품 D2C 기업들도 제품출시 뿐만 아니라 GLP-1 관련 제품의 높은 가격 저항을 낮추기 위해 ‘정기 구독’ 모델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NextMed 사례는 미국의 ROSCA(온라인 쇼핑객 신뢰 회복법) 법리가 얼마나 엄격한지를 보여준다. “가입은 클릭 한 번으로 유도하면서, 해지는 고객센터와 통화하게 만드는 것”, “환불 불가 정책을 깨알 같은 글씨로 숨겨놓는 것”은 제품의 효능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위법이다.

특히 GLP-1 관련 제품은 소비자의 기대치가 높아 환불 분쟁이 잦은 카테고리다. 이때 약관이나 해지 절차에 의도적인 불편함이 발견된다면, 이는 FTC의 조사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집단소송 전문 로펌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필자가 현장에서 GLP-1 관련 제품을 컨설팅하다 보면, 여전히 많은 기업이 ‘한국식 사고방식’과 ‘아마존의 착시’에 갇혀 있음을 목격한다. 가장 흔한 실수는 “아마존에 검색해 보니 경쟁사들도 다 그렇게 팔고 있던데요?”라는 항변이다. 단언컨대, 이것은 2026년 미국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발상이다.

현재 아마존에 노출된 자극적인 문구의 제품들은 ‘합법’이라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아직 단속의 순서가 오지 않았거나, 계정을 버릴 각오로 치고 빠지는 ‘유령 셀러’들일 뿐이다. 정상적인 브랜드 기업이 이들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고속도로에서 과속하는 대포차를 보고 “나도 과속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또한 여전히 많은 기업이 FDA 기준에 맞춰 성분표만 작성하면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GLP-1 시장의 심판관은 FDA뿐만이 아니다. 실질적인 처벌은 소비자법과 FTC 광고 규제에서 나온다.

진정한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 컨설팅은 성분 검토에서 끝나지 않는다. 설계한 인체적용시험(RCT)이 FTC가 요구하는 ‘유효성 입증’ 수준을 충족하는지, 상세 페이지의 이미지와 문구 배치가 소비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이 소비자법 위반 소지는 없는지까지 검토해야 한다. 실험 설계부터 마케팅 소구점까지, 처음부터 ‘미국 법’의 문법으로 기획되지 않은 제품은 시장에 나가는 순간 표적이 된다.

2026년 1월, 미국 시장에서 벌어진 이 일련의 사태들은 하나의 결론을 가리킨다. 미국 규제 당국이 이제 ‘제품’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검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분표에 독성 물질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제는 마케팅팀이 만든 광고 소재가 AI 윤리 규정에 맞는지, 영업팀이 짠 상세 페이지 문구가 ‘의약품 오인’ 소지는 없는지, 기획팀이 설계한 구독 해지 버튼이 소비자의 눈에 잘 띄는지까지 점검해야 한다.

지금 우리 기업의 책상 위에는 FDA 제출용 서류뿐만 아니라, 광고-판매-결제-해지에 이르는 전 과정을 방어할 수 있는 ‘통합 규제 바인더’가 놓여 있어야 한다. 35개 주가 연합해 메타를 압박하고, 시 검찰이 코카콜라를 고소하는 ‘사법 리스크의 시대’. 남들이 하는 위험한 길을 따라갈 것인가, 규제과학으로 무장한 안전한 길을 개척할 것인가. 선택은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