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GMO 완전표시제 - 사회적 비용 냉정한 성찰 필요

  • 2026-01-14 (00:00)
  • 75 hit
[기고] GMO 완전표시제 ‘과학적 합리성’이 기준 돼야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6.01.13 07:41
  •  댓글 0

 
사회적 비용 냉정한 성찰 필요…시행령에 공감할 방안 담아야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국회를 통과한 식품위생법 개정에 따라 ‘GMO(유전자변형생물) 완전표시제’ 시행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분은 언뜻 타당해 보이지만, 이 제도가 초래할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산업 현장의 혼란, 그리고 무엇보다 법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는지는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정책이 과학적 합리성보다 대중적 정서나 정치적 논리에 치우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국가 경쟁력 하락과 소비자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알 권리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과 건강권 증진에 기여할 때 진정한 공익적 가치가 있다. GMO는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규제기관과 노벨상 수상자들을 포함, 학계에 의해 안전성이 반복적으로 검증된 분야다.

우리 국민을 포함, 수십억 명의 인구가 수십 년 꾸준히 섭취했음에도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위해 사례가 보고된 바 없으며, 이는 전 세계 전문 학계가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로 증명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미래의 위험을 확신할 수 없다”라는 논리는 과학의 검증 가능성과 현대적 사후 감시 체계를 전면 부정하는 ‘비가역적 공포’에 가깝다.

과거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광우병 사태나 사드 전자파 논란 등에서 목격했듯, 객관적 데이터보다 정치색이 짙고 막연한 불안감이 앞설 때 우리 사회가 치러야 했던 국제적 신뢰 하락과 산업기반의 훼손은 실로 막대했다. 규제는 언제나 현시점의 최선 증거(Best Evidence)에 기반을 두어야 하며, 이것이 글로벌 표준이다.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으로 식량자원의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는 지금, GMO 기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식량 작물의 병해충 저항성 강화, 가뭄 내성, 영양 성분을 개선하는 등 유전자변형 기술은 식량안보와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현하는 핵심 열쇠다. 수확량 증대와 안정적 원료 확보가 국가적 과제인 상황에서, 과학적 사실이 정치적 구도에 밀려 외면받는다면 식량주권 확보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식품 선택의 문제를 넘어 국가 생존 전략의 후퇴를 의미한다.

경제적 실효성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완전 표시제는 재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GMO 원료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고 식품 가공 및 수출 비중이 큰 구조다. 전면 표시제 도입은 원료의 엄격한 분리·추적 관리, 비의도적 혼입 방지, 라벨 변경, 교육 및 감사 등 막대한 행정적·물리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특히 제조 공정상 DNA나 단백질이 파괴되어 잔류하지 않는 정제유나 당류까지 일괄 표시를 강제하는 것은 과학적 실익이 전무하다. 오히려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에조차 ‘GMO’라는 낙인을 찍음으로써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위험 신호를 보내고 공포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 이는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할 뿐만 아니라, 생산 단가 상승으로 인한 식품 가격 인상을 초래하여 서민 가계에 부담을 지우게 된다.

결국 합리적인 연착륙을 위해서는 향후 시행령에 과학성과 실용성을 균형 있게 담아내야 한다. 위해성 기반의 표시 원칙을 확립하되 비의도적 혼입 허용치와 분석 한계를 국제적 기준에 맞춰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가공 후 성분이 잔류하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는 표시 예외를 인정하거나 디지털 QR코드 등을 활용해 정보의 투명성과 라벨의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더불어 규제 변화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한 단계적 유예와 비용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법의 취지는 존중하되 정책의 실행은 반드시 과학이 지시하는 방향과 산업 현장의 현실을 함께 감안해야 한다. 과학적 사실이 정치 논리에 매몰될 때 그 사회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과학은 명확하며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정책이 과학의 합리성을 따라야 할 차례다. 합리적 규제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소비자의 안전과 산업의 발전이 공존하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시행령에서 과학적 합리성과 소비자와 산업계가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