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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WR, 환경 규제이자 기술 장벽…‘단일 재질 포장·원천 감량’이 해법

  • 2025-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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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WR, 환경 규제이자 기술 장벽…‘단일 재질 포장·원천 감량’이 해법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12.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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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한 골든 타임’ 촉박…내년 상반기까진 준비 마쳐야
재활용성 인증 필요…非주재질 함량 낮추는 초박막 코팅 제안
상자 등 3차 포장도 대상…종이·수성 코팅 테이프 사용해야
‘EU PPWR 시행에 따른 식품 수출 기업 대응 전략’ 세미나
식품음료신문-올패키징 공동 주최

“적합성 선언서(DoC)가 없으면 유럽 수출길이 원천 봉쇄된다.”

2026년 8월 유럽연합(EU)의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국내 식품 수출 업계에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단순한 친환경 트렌드가 아닌, 수출 금지와 제품 회수라는 강력한 비관세 장벽으로 다가온 규제 앞에서 막막함을 호소하던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돌파구를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식품음료신문과 올패키징이 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EU PPWR 시행에 따른 식품 수출 기업 대응 전략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업계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식품음료신문과 올패키징이 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EU PPWR 시행에 따른 식품 수출 기업 대응 전략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업계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식품음료신문과 올패키징은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EU PPWR 시행에 따른 식품 수출 기업 대응 전략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는 국내 주요 식품 제조사 및 포장재 기업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다가오는 유럽연합(EU)의 강력한 환경 규제에 대한 업계의 위기감과 대응 의지를 보여줬다.

PPWR은 단순한 친환경 권고가 아니다. 규제 미준수 시 수출 금지, 제품 회수, 벌금 등 강력한 제재가 뒤따르며, 특히 적합성 선언서(DoC)와 기술 문서를 갖추지 못하면 EU 회원국 내 시장 유통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국내 식품 산업은 늦어도 2026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준비를 마쳐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다.

발표자들은 규제의 핵심인 ‘재활용성(Recyclability)’과 ‘원천 감량(Reduction)’을 충족하기 위한 실무적 해법을 공유했다. 특히 이날 발표에서는 기존 복합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박막 코팅 단일 재질’ 기술과, 운송 포장 단계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친환경 수성 종이테이프’ 솔루션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돼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복합 소재 퇴출, 단일 재질이 답”…SR테크노팩, EU 수출 포장 해법 제시


성동현 SR테크노팩 팀장 (사진=식품음료신문)
성동현 SR테크노팩 팀장 (사진=식품음료신문)

유럽연합(EU)의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복합 소재 위주의 국내 연포장(비닐 포장)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재활용이 어려운 기존 다층 구조 포장재로는 유럽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단일 재질화(Mono-material)’와 ‘원천 감량’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미나에서 성동현 SR테크노팩 팀장은 “현재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식품 포장재는 PET, 나일론, 알루미늄 등이 혼합된 복합 소재로, 재활용 과정에서 소재별 분리가 어려워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며 “PPWR 규제 하에서는 재활용이 용이한 단일 재질로의 전환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성 팀장의 발표에 따르면 유럽의 재활용 평가 기관인 ‘RecyClass’는 포장재가 기본적으로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 단일 베이스로 구성돼야 하며, 주재질 이외의 타 소재 함량은 5% 미만이어야 높은 재활용 등급을 부여한다. 문제는 식품의 부패를 막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산소 차단층(Barrier)이다. 기존에 사용되던 알루미늄이나 EVOH 필름은 두꺼운 두께로 인해 단일 재질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고 재활용을 저해하는 주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에 대한 전략으로 성 팀장은 ‘초박막 코팅 기술을 통한 소재 단일화’를 제언했다. 그는 “기존의 두꺼운 차단성 필름을 1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얇은 용액 코팅으로 대체하면, 전체 포장재 중 비(非) 주재질 함량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PE나 PP 단일 소재로 분류되면서도 식품 보존에 필요한 산소 차단성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기술을 적용할 경우, 기존 공압출 필름 대비 포장재의 두께를 약 40%가량 줄일 수 있어 PPWR이 요구하는 ‘포장재 원천 감량(Source Reduction)’ 목표 달성에도 유리하다. 성 팀장은 “이미 유럽 시장에서는 치즈나 레토르트 식품 포장에 단일 재질 적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고온 살균(레토르트)이 가능하면서도 재활용 인증을 받을 수 있는 단일 재질 포장 설계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PPWR은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기술 장벽”이라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재활용성 인증(RecyClass 등)과 식품 안전성 테스트(FDA 등)를 통과한 검증된 소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EU 수출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송용 박스 테이프도 규제 대상”…KWC, ‘진짜 종이테이프’ 사용 강조


황인경 KWC 과장 (사진=식품음료신문)
황인경 KWC 과장 (사진=식품음료신문)

EU의 PPWR 규제가 제품을 감싸는 1차 포장을 넘어 운송용 박스와 테이프 등 3차 포장(운송 포장)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수출 기업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친환경으로 오인하기 쉬운 이른바 ‘가짜 종이테이프’가 현지 재활용 공정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인경 KWC 과장은 ‘EU PPWR 대응을 위한 골판지 상자 종이테이프 사용 방안’ 발표에서 “PPWR 제3조에 따르면 운송 과정에서 제품을 보호하고 취급을 용이하게 하는 모든 요소가 규제 대상인 ‘포장’에 해당한다”며 “박스를 밀봉하는 테이프 역시 재활용성(Recyclability)과 유해 물질 제한(RoHS) 기준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과장은 특히 시중에 유통되는 종이테이프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문제를 꼬집었다. 겉보기에는 종이처럼 보이지만 내구성을 위해 플라스틱(PE) 라미네이팅 처리를 하거나, 물에 녹지 않는 합성수지 점착제를 사용한 제품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짜 종이테이프’는 종이 박스와 함께 배출될 경우, 제지 공장의 해리(펄프화) 과정에서 녹지 않고 이물질로 남아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리고 공정 고장을 유발한다.

황 과장은 “PPWR 대응을 위해서는 박스와 함께 배출해도 온전히 종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수해리성(물에 녹거나 분리되는 성질)’ 점착제와 수성 코팅이 적용된 테이프를 사용해야 한다”고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테이프를 별도로 제거하지 않고 박스째 배출해도 재활용 시스템 내에서 테이프 성분이 펄프와 쉽게 분리되도록 설계돼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그는 기술 문서(TD)와 적합성 선언서(DoC) 작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황 과장은 “내년부터는 사소해 보이는 테이프 하나라도 재활용성을 입증할 수 있는 공인 성적서(UL 2485 등)와 유해 물질 불검출 데이터가 없다면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며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찾기보다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인증을 보유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럽, 특히 영국 등에서는 이미 플라스틱 테이프 대신 재활용 가능한 종이테이프 사용이 보편화된 추세”라며 “EU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에게 올바른 종이테이프의 선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가짜 친환경 제품을 사용할 바에는 차라리 일반 비닐(OPP) 테이프를 사용하고 소비자가 떼어서 버리게 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재활용 공정 적합성’이 PPWR의 핵심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군호 본지 발행인 “PPWR 체계 넘어야 할 장벽”
이한영 올패키징 대표 “새로운 패러다임…로드맵 서둘러야”

이군호 식품음료신문 발행인(왼쪽)과 이한영 올패키징 대표는 개회사와 환영사를 통해 PPWR 규제 대응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이군호 식품음료신문 발행인(왼쪽)과 이한영 올패키징 대표는 개회사와 환영사를 통해 PPWR 규제 대응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이날 세미나의 포문을 연 이군호 식품음료신문 발행인과 이한영 올패키징 대표는 개회사와 환영사를 통해 PPWR 규제 대응의 시급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하며, 이번 세미나가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기업 생존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자리가 되길 주문했다.

이군호 발행인은 먼저 “EU가 2026년 8월부터 본격 시행하는 PPWR은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기준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무역 장벽”이라며 규제의 엄중함을 상기시켰다.

이 발행인은 또 “현재 업계는 규제와 시장 압력이라는 큰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지만, 위기는 동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겪는 어려움은 후퇴가 아닌 새로운 가능성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라며 “여러분의 경험과 기술, 끈기라면 이 변화를 분명히 미래 성장의 발판으로 바꿀 수 있다”고 격려했다. 이어 “식품음료신문과 올패키징도 기업들이 위기를 넘어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책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동 주최사인 올패키징의 이한영 대표는 PPWR에 대한 안일한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이 대표는 “여전히 많은 기업이 PPWR을 ‘남의 일’이나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고 있다”며 “적합성 선언서와 기술 문서 등 명확한 근거를 갖추지 못하면 당장 수출길이 막히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PPWR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하며 인식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국내 포장재 규제의 관점이나 고정관념은 모두 내려놓고,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PPWR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세미나가 그저 듣고 가는 자리가 아니라, 각 기업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한 실행 로드맵을 세우고 인사이트를 얻는 실질적인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