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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공식품산업 : 떡제조업체 "원료 쌀 이물과의 전쟁".

  • 2024-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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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공식품산업 : 떡제조업체 "원료 쌀 이물과의 전쟁".
김현옥 기자    승인 2024.07.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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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쌀 사용량 5톤 규모로 정부 양곡 사용 불가피하지만
흰색실 이물 골칫덩어리...클레임 전화에 노이로제 걸릴 듯
쌀 세척구에 거름망 자체 제작 설치 불구 완전 해결 안돼
돌멩이 등 제거 위해 재도정·싸라기 폐기 비용 부담 가중
"톤백 포대 박음질 실 유색으로 바꿔야 골라낼 수 있어"
대전의 한 떡 제조업체의 정부 양곡 원료쌀에서 나온 각종 이물질. 흰색 실을 비롯해 미강덩어리, 돌멩이, 심지어 철심까지 들어 있어 경악케 하고 있다.

“쌀가공식품 사업은 이물과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떡제조용 원료 쌀인 정부 양곡에서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미강(쌀겨) 덩어리가 나오는 것은 허다하고, 돌멩이는 물론 특히 1톤짜리 포대(일명 톤백)의 하얀색 실이 셀수도 없이 많아요. 흰색 실이 떡에 박히면 구분도 안되어 소비자 클레임의 주 원인이 되고 있지만, 딱히 해결할 방도가 없어서 한숨만 나옵니다.”  

대전에서 떡제조업을 하는 A식품 이OO 대표는 “이물 클레임 전화로 시달리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오늘은 또 어디서 이물 클레임 전화가 올까 매일같이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이 대표는 “이물 문제 때문에 머리카락이 한 웅큼씩 빠질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데 최근엔 탈모증세까지 보일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에도 떡에서 이물질(흰색실)이 나왔다는 전화를 받고 울산, 안성, 대전, 천안 거래처에 직접 가서 사과하고 왔다며 자신의 말이 괜한 엄살이 아님을 강조했다. 최근 한 소비자가 떡에서 실이 나왔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하는 바람에 시정명령을 받고, 이 대표는 후속 조치로 관련 거래처에 해명하러 다녔다는 설명이다. 

가래떡 속에 흰색 실 이물이 박혀 있는 모습. 한 소비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해 해당업체가 시정명령을 받았다. 

 

“공장 내 CCTV에 찍힌 떡 생산과정을 보여주며 아무리 해명해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대부분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이물 클레임 문제는 (3D 업종이라는) 떡공장의 새벽일보다 더 힘들다”고 호소한다.

이 회사는 떡 제조를 위해 하루에 5톤의 쌀을 소비한다. 적지 않은 물량이기에 이물 때문에 골치가 아파도 정부 양곡 외에는 대체할 만한 원료가 없어 정부 양곡 사용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도정기계를 제대로 청소하지 않은 경우 기계안에 엉겨붙은 미강(쌀겨) 덩어리가 외부 충격에 의해 떨어져 마치 돌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을 정도인데도, 당장 이 쌀을 사용하지 않으면 떡을 제조할 수 없는 생계형 업종이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자체 해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일부러 떡에 이물질을 넣은 것도 아닌데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사는 것이 너무도 싫어서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쌀세척구에 거름망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쌀세척구와 크기를 맞춘 철제 망을 주문 제작해 설치한 결과 일 처리 속도는 두배로 느려졌지만 어지간한 실은 대부분 걸러졌다.

떡제조용 정부 양곡 원료쌀에 들어 있는 흰색 실을 비롯해 돌멩이, 미강덩어리 등 각종 이물질을 걸러내기 위한 자구책을 쌀세척구에 거름망을 주문 제작해 설치했다.  
쌀세척구에 거름망을 설치하고도 이를 통과한 자잘한 이물질을 걸러내기 위해 직원이 가는 체를 사용해 2차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이 떨어지는 속도와 힘 때문에 작은 크기의 실과 기타 이물질은 그대로 혼입되고 있어 100%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처음에는 쌀이 세척구로 떨어질 때 대형 송풍기를 틀어 놓아 바람에 날리기도 했는데, 그것 역시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됐다.

“주황색 실을 사용하는 40kg 소포장재 쌀에서는 이물이 보이지 않는데, 유독 톤백 포장 쌀에서만 하얀색 실이 나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이 대표는 “색채분리기로도 구분이 안돼 오죽하면 비용이 크게 들더라도 X-ray까지 구비하려 했으나 쌀이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식별하기 어려운 탓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갑자기 쌀에서 이런 흰색 실 종류의 이물질이 많이 나와 원료를 공급한 정미소에 연락했더니 도정 과정에서 들어갔다는 증거도 없을뿐더러 이물 크기가 기준 규격 이내여서 문제될 것 없다고 일축해버리는 바람에 더 이상 할말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할 수 없이 한국쌀가공식품협회 품질관리센터에 신고하고 원료 공급 도정 공장의 변경을 요청했으나 물량이 충분하지 않았고, 이물 검출이 도정의 문제가 아닌 포대 제작상의 문제로 결론이 나면서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에서는 여전히 미강덩어리와 돌멩이, 풀씨 등이 나오는 것은 물론, 심지어 철심과 커다란 비닐봉투가 들어 있어 쌀나오는포대의 구멍을 막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며 "과연 도정공장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하고 반문했다.

쌀가공식품 업체에 공급되는 톤백 정부 양곡에 커다란 비닐 봉투가 들어 있어 쌀 나오는 구멍을 막아버리는 사태가 발생했으나 정작 공급처에서는 그럴 리 없다며 제조업체에 그 책임을 전가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쌀가공식품 업체에 공급되는 톤백 정부 양곡에 커다란 비닐 봉투가 들어 있어 쌀 나오는 구멍을 막아버리는 사태가 발생했으나 정작 공급처에서는 그럴 리 없다며 제조업체에 그 책임을 전가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물 문제가 발생해도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떡을 생산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1000만원 상당의) 자체 비용을 들여서라도 다시 도정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이 대표는 "재도정 과정에서 깎여진 싸라기 2톤을 폐기처분해야 하는데 따라 이중 삼중의 경제적 손실로 인한 경영 애로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쌀가공업체의 경우 반드시 해썹(HACCP) 시설을 갖추고 위해요소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며 안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공급받는 원료의 품질 문제로 인한 피해를 소비자 입장인데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며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허탈해 했다.

쌀가공업체에 공급되는 정부 양곡 원료쌀. 유독 1톤짜리 포대(일명 톤백) 쌀에서 흰색 실과 돌멩이, 미강덩어리, 플라스틱 조각 등 이물질이 함유돼 말썽을 빚고 있다.

그는 "톤백 포대를 밀봉하는 박음질 실 색깔을 흰색이 아닌 유색으로만 바꿔도 쌀의 이물 문제를 상당부분 개선할 수 있다. 원료쌀을 세척하고 찧고 쪄서 떡 완제품으로 나오기까지 여러 차례 공정을 거치는 동안 육안으로 충분히 잡아낼 수가 있고, 또 책임소재도 분명해진다."고 해결책을 제안했다.

떡 제조업을 운영한 지 30년이 넘었다는 이 대표는 "그동안 공장 규모를 넓혀 해썹 시설을 구축하는 등 한류 붐을 타고 K-FOOD의 중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쌀가공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시간보다 이물을 안나오게 하는 방안을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며 "관련 당국의 보다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인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생산된 떡 제품(왼쪽, 가운데)과 모든 생산을 마치고 제조 설비를 해체한 후 노즐까지 꼼꼼히 청소함으로써 어떤 형태의 이물도 용납하지 않는 떡 제조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