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물량 상반기 4억2100만 불로 23.9% 급증
CJ ‘비비고 만두’ 헝가리 공장 건설…치킨 증설
대상, 김치 등 맞춤형에 풀무원, 현지 법인 추진
SPC, 말련 제빵 공장 준공 동남아·중동 겨냥
롯데웰푸드·롯데칠성 밀키스 등 할랄 인증 획득
식품업계가 K-푸드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벗어나 유럽, 할랄시장 등 수출 다변화에 분주하다. 한-미 상호관세 등 통상 리스크 여파가 컸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실제 미 관세 부과의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7월 라면, 과자 등 농식품 대미 수출액은 1억39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7% 감소하더니 8월 수출도 4.4% 줄었다. 대미 농식품 수출이 감소한 것은 2023년 5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물론 여전히 미국은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의 약 16%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시장이다. 하지만 관세 부과라는 리스크로 인해 업계의 움직임도 제약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업계가 눈을 돌린 곳은 유럽이다. 성장세도 기대할 만하다. 올 상반기 K-푸드의 유럽 수출액은 4억2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9% 증가했다.
특히 지난 4~8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 2025’에는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되며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들이 각 사를 대표하는 K-푸드를 뽐내 해외 바이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CJ제일제당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달 유럽 현장을 직접 찾아 “그룹의 글로벌 사업 거점인 미국에 이어 잠재력이 큰 유럽 시장에서 신성장 기회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에 유럽 K-푸드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유럽 시장에 판매하고, 추후 비비고 치킨 생산라인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 독일 ‘마인프로스트’를 인수해 만두 등 글로벌 전략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2022년부터 영국, 프랑스 법인을 설립해 거점을 넓히고 있다.
대상도 주요 수출처로 부상한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상국 규제에 맞춰 제품 성분을 조정하거나 유럽 기준에 부합하는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해 2024년 유럽 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하기도 했다.
특히 종가 김치는 유럽의 주요 메인스트림 채널에 입점해 있으며 오리지널 김치뿐 아니라 유럽의 식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현지화 제품을 통해 김치의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대상은 유럽 내 김치 수요 대응을 위해 유럽 현지에 대규모 김치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며, 완공 시 유럽 시장 확대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풀무원 역시 유럽 내 K-푸드 수요 확대에 발맞춰 연내 유럽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제품군과 판매 채널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아누가에 참여한 풀무원은 박람회 기간 동안 독일 최대 유통사 에데카(Edeka) 쾰른 매장에서 ‘풀무원 K-푸드존’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하고 현지 소비자 및 바이어의 접점을 확대했다. 에데카는 독일 전역에 62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 최대 규모의 유통 체인이다.
또 독일 전역에 6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현지 대형 아시안 마켓 채널 고아시아(Go Asia)와도 매장 내 풀무원 존을 운영하고 향후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K-푸드 수출 일등공신 라면업계도 유럽 시장에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은 테스코(영국), 레베(독일), 알버트 하인(네덜란드), 까르푸(프랑스 및 유럽 전역) 등 유럽 핵심 유통채널에 신라면 등 주요 브랜드 판매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농심 유럽 법인을 설립했고, 오는 2030년까지 유럽 시장 3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작년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 법인을 설립하며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현지 마케팅을 강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수성향이 짙은 유럽시장의 공략이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접근해 서서히 신뢰를 구축하는데 집중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럽 시장과 더불어 눈여겨 보는 곳이 시장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할랄시장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 2800조 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이 시장은 오는 2037년에는 9조6700억 달러(1경3790조387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롯데웰푸드는 카자흐스탄에서 제로 젤리를 현지 생산하며 할랄 인증을 획득하고 최근 증가하고 있는 디저트 수요를 겨냥하고 나섰다. 롯데칠성음료는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밀키스를 주요 유통점에 입점시키며 현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SPC는 올 초 말레이시아 조호르에 대규모 생산 센터를 준공했다. 하루 최대 30만개, 연간 1억개 이상의 제빵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해당 공장은 동남아시아 시장과 중동 시장을 아우르는 생산 기지로 설계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억 명에 달하는 무슬림 인구만으로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이유가 충분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인구 대부분이 젊은 층이어서 한류 수용도가 높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에서 K-팝 등 K-컬처가 확산하면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할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적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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