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과 바른 대응法 105. 원산지 거짓 표시와 미표시의 구별

 

 

 

 

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한) 바른 식품의약팀 검사출신 형사전문 최승환 변호사입니다.

최근 외식업계에서 원산지 표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음식점에서 제공되는 식재료의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의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원재료의 수급이나 메뉴의 구성이 변화되었음에도 원산지 표시 변경을 반영하지 못하여 법적제재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원산지 거짓 표시로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으나 단순한 미표시로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소개하여 드릴 사건은, 대전지법 2021고정469 판결입니다. 대전의 한 음식점 업주 A씨는 2020년 2월부터 11월까지 국산 및 외국산(미국, 스페인, 캐나다 등) 돼지고기 가공품인 ‘스팸’을 자신의 식당 메뉴인 ‘스팸+소시지’로 조리하여 판매ㆍ제공하면서, 식당의 원산지 표시판에는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시하였습니다. 검찰은 이를 원산지 거짓 표시로 보아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원산지표시법) 위반으로 기소하였습니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면서, A씨의 행위는 식재료로 사용하는 생고기인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시한 것일 뿐, 농수산물 가공품인 ‘스팸’의 원료인 돼지고기의 원산지는 이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한 것{예컨대, ‘스팸(돼지고기: 국내산)’}이 아니라, 그 원산지를 아예 표시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즉, 법원은 원산지 표시 의무 위반 중 형사처벌 대상인 거짓 표시와 과태료 부과의 대상인 미표시를 명백히 구별하였습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식당에서 유명 가공식품인 ‘스팸’을 식재료로 사용하면서 굳이 ‘스팸’의 원료인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속일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위 판결은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두 번째 소개하여 드릴 사건은, 제주지법 2023고단2365 판결과 그 항소심인 제주지법 2024노494 판결입니다. 제주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2021년 12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돼지고기 메뉴를 판매하면서, 제주산 돼지고기와 수입산 돼지고기를 함께 사용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구이용 메뉴에는 제주산 돼지고기를, 특선메뉴(정식용)에는 네덜란드ㆍ덴마크 등에서 수입한 돼지고기를 썼습니다. 그런데 가게에 게시된 원산지 표시판에는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제주산”으로만 표기해 두었고, 수입산 돼지고기가 들어간 특선메뉴에는 별도의 원산지 표시가 없었습니다. 검찰은 이를 원산지 거짓 표시로 보아 원산지표시법 위반으로 기소하였습니다.

검찰의 기소 논리는 ‘원산지 표시판에 제주산만 적혀 있으니, 수입산 돼지고기도 제주산으로 둔갑시켰다는 것’입니다. 반면, 변호인은 ‘구이용 고기는 제주산으로 표시했고, 특선메뉴 고기는 아예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일부 메뉴에 원산지 표시 누락이 있었을 뿐, 수입산을 제주산이라고 거짓으로 쓴 적은 없다는 것입니다.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며, 거짓 표시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수사기록에 첨부된 사진을 보면 피고인 주장대로 구이용 메뉴에는 ‘제주산’ 원산지 표시가 있었고, 가게에 걸린 현수막의 특선메뉴 항목에는 원산지 표시가 전혀 없었습니다. 수사기록에도 ‘업주는 구이용 돼지고기로는 제주산을 사용하였으나, 특선메뉴의 양념용 돼지고기로는 수입산을 사용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어, 이 역시 피고인의 변소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법원은, 문제되는 것은 특선메뉴의 돼지고기 원산지 표시에 관한 것으로, 애초에 제주산만 사용된 구이용 돼지고기 부분은 적법하게 표시된 상황으로 보았습니다.

1심 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인정을 전제로, 피고인이 일부 메뉴에 원산지 표시를 누락하여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원산지표시법 규정 체계상 ‘원산지 미표시’와 ‘원산지 거짓 표시’를 명확하게 구별하고 있고 형벌법규는 그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함부로 확장 또는 유추 해석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검찰은 1심 무죄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유지하였습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원산지표시법의 규범체계를 재차 확인하며, 본 사안에서 법적 판단 순서를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항소심은, 원산지표시법령의 구조를 감안하여 해석하면, 우선 ① 식품접객업자 등이 일정한 농수산물 등에 대하여 원산지 표시를 하였는지 여부를 심사하고, ② (그 결과 원산지 표시가 있다고 평가한다면) 나아가 그 표시가 거짓 표시 또는 혼동 우려가 있는 표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원산지 표시가 있는지’ 여부는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과 공정거래 유도라는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평균적인 주의능력을 가진 소비자가 해당 식품접객업소에서 통상적인 과정으로 구매ㆍ소비활동을 하는 때에 해당 원산지 표시를 인식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항소심에서 추가적으로 살펴보았던 사실관계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들어오게 되면 입구에서 정면으로 바로 보이는 벽면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홀이 나뉘어져 있고, 그 벽면에는 왼쪽방향 화살표와 함께 솥밥정식, 갈비정식 이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으며, 손님들 중 특선상품인 정식용 메뉴를 원하는 사람은 왼쪽홀로 들어가고, 구이용 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은 오른쪽홀로 들어간다. 그리고 오른쪽홀에만 원산지표기판이 설치되고 있고, “돼지고기 : 제주산”이라고 표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실제로 식당이 운영된 형태를 고려할 때, 구이용 고기를 먹는 사람만 제주산 돼지고기의 원산지 표시를 보게 되는 구조를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구조라면, 왼쪽 홀(특선 정식 판매 구역)의 손님들은 자기 테이블에 나온 돼지고기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모르고 지나칠 수는 있어도, 건너편 오른쪽 홀에 붙은 “돼지고기: 제주산” 표시를 보고 자기 것도 제주산이라고 착각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표시 누락에 따른 과태료 부과 사안일 뿐, 형사처벌할 거짓 표시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위 판결들은 원산지 표시 위반에 대한 세밀하고 합리적인 법리 판단 덕분에 사업자가 억울하게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던 사례입니다. 하지만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선제적인 관리가 최선입니다. 원산지 표시판의 한 군데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성실한 표시 습관, 실제 원산지와 다를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찾아 미리 시정하는 자기 점검 노력, 식자재의 공급처와 지속적 소통을 통한 정보 공유 등이 결국 법적 논란을 막는 예방책입니다. 아울러, 원산지 표시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것은 단속이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외식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지키는 길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