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명확하지 않아…즉석 오트밀 등은 영양에 경제적

요즘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UPFs)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경고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감자 칩, 탄산음료, 패스트푸드, 가공육, 사탕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초가공식품들이 조기 노화부터 인지력 저하까지 다양한 건강 문제와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 새로 부임한 로버트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이 초가공식품에 대한 시장 퇴출을 언급한 바 있고, 일부 주에서는 학교 급식에서 초가공식품을 배제하는 법안들도 마련 중이다.
이는 초가공식품이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 같은 필수 영양소는 거의 없고, 대신 포화지방, 소금, 설탕이 과다하게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공 색소, 향료, 감미료, 유화제 등 인공 첨가물도 다량 사용된다. 한국 제품 중에는 맛을 좋게 하려고 각종 양념과 복합 조미료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초가공 식품에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제품들이 많다.
최근 발표된 국제 연구에서 미국, 캐나다, 영국 등 8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해 초가공식품 소비와 조기 사망 사이의 뚜렷한 연관성을 밝혀냈다. 초가공식품이 식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증가할 때마다 조기 사망 위험이 3% 상승한다고 한다. 초가공식품 섭취는 당뇨병, 암, 심혈관질환 등 32가지 이상의 질병과도 연관되어 있었다.
특히 초가공식품 소비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문제는 심각하다. 콜롬비아의 소비율은 약 15%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무려 50%에 달한다. 초가공식품 섭취에 따른 조기 사망률도 콜롬비아 같은 국가는 4% 수준인 데 비해, 미국은 14%에 이른다. 2018년 한 해 동안 초가공식품 섭취로 인해 약 12만 4천 명의 조기 사망이 발생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초가공식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통 식단의 건강 이점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오크라, 플랜틴, 콩류 같은 최소 가공된 식물성 식품을 중심으로 하는 식단이 현대식 초가공식품에 비해 월등히 건강에 이롭다는 것이다.
또한 블루존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블루존은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그리스 이카리아, 코스타리카 니코야, 미국 로마린다 지역으로, 이 지역 주민들은 육류 섭취량이 적고 최소 가공된 식물성 식품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가지 짚고 갈 것은 초가공식품에 대한 정의가 명확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초가공식품이 무조건 해롭다고 단정 짓기도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통조림 콩이나 즉석 오트밀처럼 식물성 성분을 기반으로 한 초가공식품은 여전히 풍부한 영양소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에게 편리하고 경제적인 식사 옵션이 된다. 강화 칼슘, 비타민 D, 비타민 B군 등을 첨가한 식물성 우유나 요거트도 마찬가지다.
편리하면서도 건강 사이의 균형을 찾는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