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 필수 운영…중소·중견 기업에 절실

어느 분야든 중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법적 안전관리책임자를 반드시 선임하게 하고 있다. 식품 분야도 식품위생법 제정 당시인 1962년부터 ‘식품위생관리인’ 제도를 두어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였다. 그러나 IMF 사태 직후인 1998년 규제개혁 정책에 따라 2000년 폐지되어 현재까지 식품 분야의 위생·안전관리인 제도가 복원되지 않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만 품질관리인제도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의 식품 분야 위생 및 안전관리책임자 제도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식품안전관리인 제도의 해외사례 및 국내 재도입 필요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식품위생관리인’ 제도는 식품의 제조·가공업체에서 식품위생 전문가를 고용하여 위생과 안전을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는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식품업체의 위생 수준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미국의 경우 2011년 사전예방적 차원의 식품안전현대화법(FSMA)을 도입하여 식품업체에 ‘위생관리책임자(PCQI)’를 두도록 하고 있다. PCQI는 식품 안전 계획을 수립·이행하며, 이를 위해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한다.
유럽연합은 모든 식품 사업자가 HACCP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식품안전관리책임자’를 지정하여 이를 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EU 회원국 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독일·프랑스·영국 등은 식품안전책임자의 전문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식품 제조업체 및 식품 관련 사업장에서 ‘식품위생책임자’를 지정·운영해야 한다. 이들은 일정한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시설 내 위생 점검, 식품 보관 관리, 종업원 위생 교육 등을 담당하게 된다. HACCP 의무화와 함께 운영되며, 위생책임자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중국은 식품안전법(2015년 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식품업체에 ‘식품안전관리인’을 지정하도록 했다. 이들은 정부 인증 교육을 받아야 하며, 법적 책임을 지고 식품 안전 감독을 수행한다.
한국은 IMF 극복과정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식품위생관리인 제도를 폐지했지만, 타 분야에 비해 식품의 안전관리 중요성은 국민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물론 식약처의 강력한 HACCP 의무품목 확대로 시중 생산제품의 91.2%가 HACCP 인증을 받아 식품위생 및 안전수준이 크게 향상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HACCP 인증 업체라도 식품위생 및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부 업체는 인증받기 위해 형식적인 절차만 따르고, 실제 현장에서는 위생관리가 부실한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간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HUS)이나 살모넬라균, 노로바이러스 등에 의한 집단 식중독 사건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며, 식품안전관리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보다 강화되고 사내에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사전예방적 차원에서 위생 및 안전관리를 이끌어갈 전담 식품안전관리자의 지정이 필요하다.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막강한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자체 시스템을 통해 관리해 나가고 있지만, 많은 중견기업과 소규모 식품업체는 위생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품안전관리자를 두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식품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제적 기준에 맞는 위생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미국 FSMA, 일본의 위생책임자 제도처럼 법적 책임을 가진 식품안전관리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HACCP 인증관리와 별개로 식품안전관리자 제도를 운영할 경우 기업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또 하나의 규제가 될 수 있다. 대신 HACCP 팀장을 식품위생 및 안전에 관한 전문성이 확보된 자격소지자를 법적 식품안전관리 책임자로 선임하여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사내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게 한다면, HACCP 인증관리 수준은 물론 회사 경쟁력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자격 기준은 현재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에 명시된 품질관리인 자격 기준을 준용하면 될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업체부터 도입, 시행하고 순차적으로 모든 HACCP 인증 업체가 도입해 가면 식품위생 및 안전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